아이에게 영어 단어를 처음 들려줄 때, 우리는 “이 단어를 아이가 이해하고 있을까?”, “말은 안 해도 머릿속에 남을까?”라는 의문을 갖습니다. 특히 아직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영유아일수록, 부모는 아이의 반응이 없으면 “소용없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듣고 기억합니다. 이 글에서는 아이가 처음 듣는 영어 단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뇌에서 어떻게 처리하는지, 그리고 그 단어가 어떻게 말문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1. 단어를 ‘이해’보다 ‘반응’으로 받아들이는 아이의 뇌
0~5세 아이는 단어를 해석하거나 번역하지 않습니다. 대신 ‘소리’, ‘상황’, ‘표정’을 통해 단어의 의미를 느끼고 연결합니다. 즉, 단어를 뜻으로 외우기보다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먼저입니다.
예시:
- 처음 “banana”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 엄마가 노란 바나나를 들고 웃는 얼굴
- “Bye-bye~”라는 말을 들었을 때 → 손을 흔드는 동작과 함께 작별 상황
- “No!”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을 때 → 강한 톤과 제지하는 손동작
이런 감각적 경험은 아이의 뇌에 의미 없는 소리 → 반복되는 패턴 → 익숙한 단어 순서로 저장됩니다. 따라서 처음 들었을 땐 반응이 없더라도, 아이는 이미 기억의 씨앗을 품고 있는 셈입니다.
Tip: - 아이가 듣는 순간 반응이 없어도 걱정하지 마세요. - 반복 노출이 쌓이면, 어느 날 갑자기 “apple!” 하고 말하는 날이 옵니다.
2. 단어를 저장하는 3단계 과정: 듣기 → 인식 → 표현
아이의 영어 단어 습득은 한 번 듣고 따라 하는 게 아닙니다. 반복과 축적을 통해 단어가 뇌 속에 정착되고, 어느 순간 말로 튀어나오는 과정을 거칩니다.
1단계: 듣기(Exposure) - 일상에서 자주 들려주는 것 - 단어를 다양한 상황과 연결시켜 반복 노출 예: “Car~ Look at the car! Beep beep!”
2단계: 인식(Recognition) - 아직 말은 못 해도 단어를 들으면 고개를 돌리거나 미소를 짓는 반응 - 단어를 그림이나 실물과 연결하기 시작
3단계: 표현(Production) - 짧은 단어부터 시작해 말로 표현 - 처음엔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음 (“ba-ba” → banana)
이 과정을 보면, 아이가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반응이 없더라도 그건 ‘듣고 있는 중’이며, 흡수의 전 단계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Tip: - 아이가 단어를 말하지 않아도, 그 단어에 반응하거나 시선을 주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언어 반응입니다.
3. 단어를 ‘들려주는 방법’이 흡수력을 바꿉니다
같은 영어 단어라도, 어떤 방식으로 들려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뇌 반응은 달라집니다. 단순히 단어만 말하는 것보다, 상황 + 감정 + 동작을 함께 담아야 아이의 뇌가 그 단어를 ‘경험’으로 받아들입니다.
효과적인 단어 노출법:
- 눈을 마주치며 “Apple~ Yum yum~”
- 장난감을 건네며 “It’s a car! Vroom vroom!”
- 놀이터에서 “Slide~ Whee~” 하며 함께 놀기
이런 방식은 아이에게 영어는 소통의 수단이라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무표정으로 “Banana”라고 반복하는 것보다, 웃으며 바나나를 보여주며 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Tip: - 단어보다 감정을 먼저 전달하세요. - 아이는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어떤 느낌이었는가’를 더 잘 기억합니다.
아이에게 처음 들려주는 영어 단어는 그 순간 바로 반응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듣고 기억하고 반응하고 말하게 되는 과정 전체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어는 단순히 암기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일상과 감정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소리로 기억됩니다.
오늘 아이에게 “Dog!”이라고 말하면서 강아지 인형을 흔들어보세요. 말은 없더라도 그 눈빛 속엔 이미 “Dog”가 저장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